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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잊지 못할 게임을 만들고 싶다"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 인터뷰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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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트릭아트'를 감상한 적이 있나요? '트릭아트'는 과학적인 화법과 특수도료를 사용, 평면임에도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그린 전시 작품을 이야기합니다. 트릭아트만 모아 둔 전시관에서도 볼 수 있고, 보도 위에 그려져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도로 위에 그려 교통사고를 줄이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죠.


'지원이네 오락실'이 개발 중인 모바일 착시 어드벤처 게임 [트릭아트 던전]은 이런 '트릭아트'를 소재로 한 게임입니다. 착시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트릭아트는 특정 각도에서만 제대로 보이는 지라 구현이 어려울 거 같은데... 영상을 보면 꽤 괜찮습니다.


화면이나 지형을 돌렸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그림이나 거울이 있는 맵에서는 거울 속 허상이 실체가 되는 연출까지, 정말 그럴듯한 트릭아트를 보여줍니다.


2019년 3월, 모바일은 물론 스팀,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될 예정인 [트릭아트 던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게임인지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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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게임을 소개하는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

- 개발사 이름이 지원이네 오락실인데 어디서 유래했는지 궁금합니다.

첫째 이름이 지원입니다. 그래서 지원이네 오락실이에요. 둘째가 서운해 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나중에 미소녀 게임 만들 때는 승원이네 오락실로 할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장난 반 진담 반이지만요.



또, 어릴 때는 오락실이 많았거든요. 학교 끝나고 천원으로 2시간, 3시간 놀던 기억도 있고요. 근데 요새는 많이 없더라구요. 오락실도 없고,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서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감정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저희 게임이 그런 감정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넣었습니다. 실제 게임이 그렇게 될지는 나와봐야 알 거 같지만요.


- 예전에도 착시를 주제로 한 게임들이 있었는데, [트릭아트 던전]은 그런 게임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착시를 주제로 한 게임의 대표적인 예로 '모뉴먼트 밸리'가 있습니다. '모뉴먼트 밸리'가 착시 퍼즐게임이라면, [트릭아트 던전]은 착시 어드벤처라는 다른 장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모뉴먼트 밸리'은 길 찾기 게임에 가까운데, [트릭아트 던전]은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트릭아트 던전]의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총 2회 플레이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1회차와 2회차의 게임 플레이는 비슷하지만, 스토리는 조금 달라집니다. 여기에 큰 반전을 숨겨 놨어요. 1회차는 7개 스테이지로 1시간 정도이며, 총 플레이 타임은 2시간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 [트릭아트 던전]은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나요?

고고학자가 꿈인 어린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박물관에 갔을 때 부모님과 떨어져 길을 잃어버리게 되죠. 아이들은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보도 블럭과 마트를 보고 용암, 던전으로 생각하며 놀기도 해요. 주인공도 길을 잃고 패닉에 빠져 다양한 상상을 합니다. 엄마 손을 잡고 봤을 때는 평범한 사자 박제였던 것이, 혼자서 보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는 설정이에요. 여러 전시장을 거쳐가며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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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파트와 상상 파트는 어떻게 나뉘나요?

예를 들어, 이집트 전시장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부모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집트 전시장을 보고 또 상상에 빠져들어 피라미드 입구에 오고, '여긴 어디지?'라며 탐험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탈출하면 또 현실로 돌아오는 식이죠.


- 트릭아트를 소재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부모와 떨어진 소년이 박물관을 탐험한다는 스토리를 생각한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뉴먼트 밸리를 굉장히 인상 깊게 했습니다. 이런 느낌의 게임을 만들고 싶긴 했지만, 그냥 같은 게임, 아류 게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른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트릭아트 전시장에 갔는데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습니다. 그 길로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니 기술적으로도 트릭아트의 구현이 가능하더라구요.


스토리는 '아이들이 부모님 없이 혼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다 나왔어요. 예전 회사에 다닐 때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었거든요. 트릭아트와 엮으니 박물관에서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리면 어떤 감정일지 상상한 것도 있죠. 이를 복합적으로 엮고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된 듯합니다.


- 개발에는 얼마나 걸렸나요?

저는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게임 퍼블리셔의 사업 PM으로 일하다가 작년 3월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어요. 1인 개발로 시작해 프로토타입만 6개월을 만들었죠. 이후 개발, 아트 전문가를 모셔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든 건 1년 정도 됐습니다.


- 규모가 작아 모바일만 만드는 벅찰 텐데 [트릭아트 던전]의 PC판, 닌텐도 스위치 판도 준비 중입니다.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나요?

일당백이라는 느낌입니다. 팀원들은 합류 이전에는 1인 개발자들이었는데요, 합류 후에는 생각 외로 팀워크가 좋아 개발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버전을 먼저 완성하고, 게임의 조작 방식을 바꾸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 PC판과 닌텐도 스위치판도 낸다는 계획이었죠. 기획 단계부터 멀티플랫폼을 고려해 레벨디자인, 컨트롤을 만들었고요. 각 플랫폼에 출시하는 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각 플랫폼에 맞게 게임 퀄리티를 올리는 것 외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 1인 개발로 시작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은데, 특별히 인상 깊었던 역경이 있었나요?

2017년 경기 게임창조 오디션에서 상을 탔어요. 사실 그 상을 타지 못했으면 통장 잔고가 0원이라 개발을 접어야 했습니다. 운 좋게도 상을 타서 그 상금으로 개발자를 모실 수 있었죠. 그렇게 개발팀 인원이 두 명이 되었습니다. 근데 게임 애니메이션이 중요한데 에셋스토어에 있는 걸 가져다 쓰다 보니 퀄리티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럼에도 운 좋게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상을 타고 그 상금으로 지금의 아트 팀장을 모셔왔습니다. 이 두 번의 상황이 가장 큰 고비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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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플랫폼 별 퀄리티는 무엇을 기준으로 맞추고 있나요?

모바일 버전은 갤럭시S4를 기준으로 만들어 폴리곤, 파티클이 제한돼 있습니다. 더 화려하게 해보고 싶어도 동남아권의 스마트폰 사양이 별로 좋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여기에 맞췄어요. 그렇다 보니 그래픽, 조작 방법에 대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닌텐도 스위치판은 프레임 드롭이 없는 수준까지 그래픽 퀄리티를 올리려고 하고요, PC판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출시하려 합니다.


- [트릭아트 던전]은 시점이 쿼터뷰로 고정되어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부터 쿼터뷰로 만들었습니다. 게임 내에서 트릭아트가 완성 됐을 때 유저가 가장 인식하기 좋은 시점이거든요. 또, 그림이 되었을 때 일그러져 보이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쿼터뷰가 최적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림을 돌리거나 사물이 이동, 확대, 축소되는 것도 있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플레이하거나 그림자를 갖고 노는 등 단순히 벽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다양한 기믹을 게임에 도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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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는 가상패드 활용 게임이 많은데 [트릭아트 던전]은 터치 조작 방식이라 불편한 느낌입니다. 관련해 개선할 계획이 있나요?

트릭아트라는 소재에는 게이머가 아닌 유저도 관심을 많이 갖더라구요. 초등학생이나 고연령자처럼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도 게임에 관심을 주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가상패드가 오히려 진입장벽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작 방법을 최대한 단순화해 만들다 보니 모바일은 터치 조작으로 설정했습니다.


조작 개선은 하려고 합니다. 테스트 버전에는 액션이 필요한 스테이지를 넣었는데, 그래서인지 많이들 게임오버 되더라구요. "내가 원하는 위치에 세우기 어렵다."라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그래서 조작을 세세하게 하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에 무리가 없도록 레벨 디자인 자체를 수정하고자 합니다. 가상패드는 글로벌 런칭에서 바로는 어려울 거 같고, 하더라도 업데이트로 지원할 거 같습니다.


- 아까 자녀들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트릭아트 던전]에 대한 의견은 어땠나요?

첫째는 7살, 둘째는 5살입니다. 게임을 보여줬는데 이게 게임인지 모르더라구요. 첫째가 즐기는 건 옷 갈아 입히기 게임, 마트에서 잔돈 거슬러주는 게임 정도라 어드벤처 게임을 할 만큼 게임 성숙도가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은 되어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인디 어드벤처 게임은 상황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트릭아트 던전]은 텍스트가 많습니다. 텍스트 위주로 스토리를 전달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가장 좋은 건 애니메이션이나 연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라 봅니다.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직접 해보니 막연한 느낌은 줄 수 있는데 구체적인 상황 설명은 불가능했어요. 부모님과 떨어진 아이의 심리, 내적 갈등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텍스트를 넣었죠. 스토리 자체에서 유저들에게 반전의 충격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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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에 등장하는 트릭아트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평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 뒀다가 묵혀 둡니다. 저희는 김치라고 부르는데요, 나중에 새로운 트릭아트를 생각할 때 묵혀 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주변 요소를 버무리는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 플레이 타임이 2시간 정도라는데, 너무 짧은 느낌입니다. 관련해 걱정은 없나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중요한 건 플레이 타임이 아닙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오 신기하다', '새로운데' 라는 느낌을 계속 주는 것이 중요하죠.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보다 짧아도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요. 2시간이면 적당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 영화 같은 게임에 욕심은 없었나요?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팀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연출이 유명한 게임을 보면 애니메이션의 종류가 상당히 많더라구요. 예를 들어, 뭔가가 쫓아올 때 도망가는 모션도 무엇이 쫓아오느냐에 따라 다르고, 장애물을 넘어가는 것도 마음이 편할 때와 급할 때가 다른 식이죠. 처음에는 저희도 이런 걸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형태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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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릭아트 던전]에는 여러 테마가 있는데요, 이중에서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테마가 있나요?

저에겐 다 소중한 아이들이라 어떤 테마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긴 어려울 거 같고요,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개들에게 쫓기며 다리를 넘어가는 장면인데요, 가장 처음 만든 장면이거든요. 버그인가 싶은 그림이 하나 있는데, 화면이 돌아가면서 딱 들어맞게 되는, 그런 느낌을 주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집중적으로 봐주시면 감사할 거 같습니다.


- 화면 크기가 8인치 이상인 기기로 시연을 진행하던데, 5인치 미만인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가시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었나요?

맨 처음에는 종이가 나풀나풀 떨어져 이를 이어 붙이는 식으로 트릭아트를 재현했는데요, 작은 화면으로 보니까 뭐가 트릭아트인지 구분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기획적으로 전부 수정했습니다. 이집트 테마의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아누비스 캐릭터 정도의 사이즈가 제일 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서 가능하면 큼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크면 사람에 따라 어지러워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초점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여러가지로 신경 써서 만들고 있습니다.


- 시연 버전을 해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멋진 트릭아트가 나오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게임 경험에 방해가 될 거 같은데, 어떻게 개선하려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글 테마 스테이지가 그런 부분이 많은데,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다시 손보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연출도 싹 바뀔 것 같아요. 연출을 만들며 알게 된 게 처음에는 캐릭터 모델링의 퀄리티가 높지 않아서 애니메이션이 허술해도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갔거든요. 근데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이 점점 올라가니 작은 것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구요. 팔의 움직임 같은 게 대표적이죠. 게임적 허용이라고 하고 넘어가려다가 처음부터 다시 손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희도 그게 신경 쓰여서...(웃음)


- 스탠드 얼론 게임인가요? 아니면 기본 플레이 무료 게임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계획은 본편을 유료로 판매하고, 추가 스테이지와 사운드 팩을 추가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추가 스테이지 DLC는 게임 출시 후 안정화가 되고 나면 개발하려고 하며, 출시 시기는 미정입니다. 사운드 팩의 경우는 PC와 콘솔 버전만 출시할 계획이에요.


- 사운드 팩을 판매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어떻게 계획된 콘텐츠인가요?

[트릭아트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입니다. 앞서 스토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스토리 전달에는 사운드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를 만들 때 인디 게임 업계에서 음악을 많이 만들어 온 분과 접촉해 게임 사운드만 6개월에 걸쳐 만들고 있어요. 근데 사운드 샘플을 들어보니까 이건 사운드만 듣고 싶어하는 분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게 사운드 팩을 따로 파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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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C2018에도 출품했습니다. 여기서 사운드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사운드가 괜찮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의 배경음악은 단순히 CD플레이어를 트는 것처럼 재생되는 게 아니라, 게임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같은 소절이 반복 재생되다가, 버튼을 누르면 다음 소절로 넘어가는 식이죠. 그래서인지 사운드에 대한 평가는 괜찮았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부분도 저희가 들을 때는 괜찮은 편이라 유저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 원래는 11월 출시였는데 2019년 3월로 연기됐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처음에는 1인 개발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작년 12월에 낼 생각으로 개발하고 있었는데, 2017 경기 게임창조 오디션 1위, 2018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 TOP 3, 2018 Made with Unity Unity Prize 등 여러 상을 타면서 게임이 외부에 많이 노출됐어요. 트릭아트 던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사전 예약도 많아졌죠.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처음보다 높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출시 일정을 지키는 것보다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 게 유저들에게도 더 좋은 결정이라고 판단해 퀄리티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 게임 퍼블리셔의 사업 PM을 하다가 지금은 개발자에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입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사업 PM으로 일한 건 5년 정도인데요, 그때는 지표를 보며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케팅 계획이나 BM을 짜곤 했죠. 근데 이걸 5년 동안 하고 나니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야 돈을 많이 버는 게 좋지만, 게이머로서 만들고 싶은 게임은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나올 때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음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만큼만, 생계를 유지할 만큼만 벌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그게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 게임을 만들고 유저들의 눈에 띄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니까요.


- 요즘에는 예전에 비하면 인디 게임과 관련된 소식이 많이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디 개발사로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인디게임 시장에서 [트릭아트 던전]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신규 인디 게임 개발사가 2~3년 전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투자해줄 만한 이들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업계 자체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더라구요. 확실히 인디 게임이라는 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나왔다.'라는 걸 보여주고자 합니다. [트릭아트 던전]으로 해외 유저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이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이고,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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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인 직장에 있다가 1인 개발자가 됐습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독립했지만, 부양할 가족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큰 회사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독립하려는 개발자들도 많을 텐데, 그런 이들에게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상황이 대표적이라 말씀드리긴 어려울 거 같아요.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주변 분들에게 콘셉트 등을 보여주고, 그들이 괜찮겠다고 하면 그때 시작하는 거죠. 저는 애가 둘인데 생활비가 0원일 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1인 개발자들도 결국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그만두곤 해요. 완성도 못하고 다시 회사에 가면 직업 커리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죠.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최소 프로토타입은 만들어보고, 이걸 가지고 나오는 게 그나마 안전한 1인 개발 시작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약간 집에서 포기한 케이스라 좋은 경우는 아닌 거 같네요.


- [트릭아트 던전]은 아트가 독특하면서도 퀄리티가 뛰어납니다. 함께 하는 개발자들의 능력이 출중한 거 같은데, 이들은 어떻게 영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소규모 팀은 절대 큰 팀처럼 좋은 근무 환경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능력자를 모시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건 프로젝트 자체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겁니다. 프로토타입이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끌어당기느냐가 중요하죠.


또, 저는 개발을 배울 때 1인 개발자인 고등학교 동창이 많은 도움을 줬고, 지금 이 건물에는 게임 아카데미라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있어서 강사분들이나 다른 1인 개발자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팀원 중 한 분도 그때 만난 분이고요. 만약 인력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있다면 정부 지원 사업을 잘 찾아보면 좋은 표본이 많습니다. 이를 토대로 시작하는 것도 유용할 거 같네요.


- 인디게임 개발하면서 많이 해봤을 거 같은데, 혹시 추천하고 싶은 게임이 있을까요? 모뉴먼트 밸리는 제외하고요.

요즘 들어 제일 인상 깊었던 게임은 컵헤드입니다. 딱 봤을 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유저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영상만 봐도 딱 알 수 있더라구요. 그외에도 독특한 게임이 많았는데, 일단 컵헤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내 게임 중에는 던그리드가 좋았습니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데요, 도트 감성을 강조한 한국 게임으로서 글로벌에서도 인정받은 거의 유일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플레이했을 때 마우스와 키보드를 함께 쓰는 액션성이 좋았고, 그래픽 풍도 그들 만의 색이 있었어요. 그래서 던그리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 지원이네 오락실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잊지 못할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2~3년 기다려서 게임 하나 나오면 드디어 나왔다면서 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한 달에 1천 개의 게임이 나온다고 해요. 게임이 너무 많은 시대죠. 그래서 흔한 게임을 내면 없는 게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이네 오락실 신작이래! 해봐야겠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다른 게임과 다르면서도 했을 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트릭아트 던전]은 우리 팀의 첫 번째 게임입니다. 그래서 많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많은 분이 사전 예약도 해주고 기대도 하는데, [트릭아트 던전]이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제일 큽니다. 첫 번째 게임이라 조금 부족해도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트릭아트 던전]을 비롯해 앞으로도 계속 게임 만들면서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출시일이 계속 미뤄지는데 기다려 주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기다려 주신 만큼 열심히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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